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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와 약물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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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드림아이 댓글 0건 조회 3,964회 작성일 09-10-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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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와 약물남용

얼마전 한 신문에 소개된 책의 내용을 보고 눈이 번쩍 뜨인 적이 있었다. 요즘 일본에서 많이 읽혀지는 이사카와 다쿠지가 쓴 <기적의 사과>라는 책인데 여기에는 한 농부가 등장한다. 농부 기무라씨는 무농약, 무비료 재배를 통해 사과 열매를 맺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아오모리 사과를 무농약, 무비료 재배에 도전한 여러 농부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4~5년만에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기무라씨는 11년이라는 인내의 시간과 노력 끝에 사과 열매를 맺게 되고 작년에는 1000 상자의 사과를 수확했다.

<기적의 사과>에서, 그는 농약을 끊은 직후의 풍경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벌레들이 어린 새잎이 붙은 가지 끝까지 바글바글 몰려들어서는 만원 전철처럼 밀치락들치락 야단법석을 떨지. 벌레 때문에 사과 가지가 휠 정도라니까” 이렇게 반점낙엽병으로 처해 8월 말에 잎이 95%가 떨어지고, 이듬해에는 8800m²의 밭에서 꽃 한송이 피지 않는다. 이 말은 하나의 사과 열매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과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에서 기무라는 생활고와 마음 고생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밭줄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 목을 메려던 순간, 죽는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니 전에 안보이던 산(山)이 보인 것이다. 사과가 자라는 죽은 땅과 반대로 같은 벌레가 있고, 같은 햇살을 받지만 풀이 우거지고 포근하고 향기운 흙이 있는 산 말이다. 이후 기무라씨는 땅에 콩을 심고 콩의 뿌리혹박테리아에 의해 흙을 살아나게 만들기 시작한다.

기무라씨의 사과 밭은 숲처럼 상쾌하다. 농약 냄새도 비료 냄새도 없다. 날아든 한 마리 곤충은 하늘소. 구멍이 숭숭 뚫린 사과 잎은 벌레를 먹은 흔적이 아니라 나무 스스로 환부를 치료해서 떨어뜨린 흔적이다. 기무라씨는 이렇게 말한다. “이 밭에는 벌레가 없어요. 6년 전부터 사라졌어요. 농약이 없으니까 벌레도 없는 거예요. 농약을 뿌리니까 벌레가 있지요. 잎에 구멍은 사과나무가 검은별무늬병에 걸린 환부를 떨어뜨린거예요. 자기 치료를 한 것이지요. 처음엔 못 믿겠다던 스기야마 선생(히로사키대 농학생명과학부 교수)이 직접 균을 이식해 확인했어요.”

다시 말하기를 “현대 농업은 관찰하는 능력을 잃었어요. 흙 위만 생각하지요. ‘수확으로 땅에서 이만큼 양분이 사라졌으니 이만큼 비료로 보충해야지.’ 이런 수학적 계산만 있지요. 인간은 자기 몸에 대해서도 그래요. 뭔가 부족한 듯하면 영양제를 찾지요. 양분을 주면 박테리아는 활동을 쉽니다. 주지 않아야 활동하지요. 그들이 활동해야 흙이 만들어집니다. 인간의 장(臟)도 마찬가지예요. 나무만 보지 말고 흙을 봐야지요.”

이 얼마나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인가? 사람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료는 화학적인 영양 성분과 영양 과잉이라고 하면, 농약은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일 것이다. 몸 전체와 오장육부는 보지 않고 겉으로 들어난 증상이나 환부를 도려내려는 생각이 흙을 보지 않고 보이는 나무만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체격은 커졌으나 체력은 약해지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은 가히 세계적이다. 아이들이 콧물이 조금만 나도, 열만 약간 올라도, 설사를 조금만 해도 바로 항생제나 해열제, 지사제를 찾고 주사를 맞추어야 빨리 낫는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것이 아이의 자연치유력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을 <기적의 사과>를 통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질병을 스스로 이겨낼 때 몸은 더욱 건강해지며, 이런 과정을 돕는 것이 자연주의적인 치료 방법인 한의학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의학은 콩의 뿌리혹 박테라아가 흙을 살리듯, 아이의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여 건강체로 만들어 주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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