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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과 똥통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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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의원 댓글 0건 조회 4,790회 작성일 08-10-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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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약장수한테 보약을 사먹는다고요? </b>

예전에는 약 장사가 요란한 악기와 함께 몇 통의 약을 들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던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 약 장사가 얼마 전부터 시골에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약이 아닌 한약을 들고 나타난 점이 다르다. 수일전 우리 동네 공원에서도 한 약 장사가 ‘이십전대보탕’이라는 한의학 책에도 없는 약 이름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파고들고 있었다.

세월의 흐름은 하해의 강물처럼 갔던 길로 비스듬히 되짚어 오는가 보다. 19세기 말에 선교사와 함께 들어온 양약의 효능에 아찔한 충격을 받았던 우리가 1세기 뒤에는 양약에 바쳤던 맹신을 뒤로하고 보약에 깜빡 죽고 있다니!

보약 하면 떠오르는 인삼, 녹용을 먹으면 과연 누구나 무조건 좋을까? 하지만 이는 옛 사람들부터 이미 크게 경계했던 일이다. 보약은 어딘가 부족한 부분을 보태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b>똥통의 법칙</b>(레비히의 최소율의 법칙 - 똥통은 오크통처럼 나무조각을 덧대어 만든 통이지요. 어느 조각하나가 작다면 그 통에 담을수 있는 똥은 나무조각 사이즈의 전체평균이 아닌 가장 짧은 조각의 사이즈만큼만 담을수 있다는 이론으로, 아무리 평균이상의 성적이라 할지라도 가장 짧은 나무조각이 기준이 된다는 이론입니다)을 기억하는지? 생물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지 않으면 다른 영양소를 아무리 보태줘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최소영양소의 법칙’이다.

득이 되지 않을 뿐만이 아니다. 보약은 그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찾아서 보태줘야 효과를 보는 것이지, 반대로 강한 쪽을 보태주면 오히려 해가 된다. 이런 원리를 모르고 그저 종합선물세트 사듯이 약 장사의 약이나, 유행하는 건강보조식품을 사서 먹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서 의사의 조언이 필요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최소한 자기 체질 특성을 알아서 먹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계탕, 보신탕, 흑염소, 개소주와 같은 보양식들조차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은 아니다. 이것들은 속이 차갑고 기운이 없는 소음인에게 좋은 것으로 속이 뜨거운 소양인이 먹으면 열꽃이 피거나 속이 쓰리고 설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섭생을 잘못하다가 건강이 일그러진 뒤에야 의사에게 맡기게 된다면 이는 곧 범사회적 사후약방문일 것이다.

치료약보다는 보약으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고, 약보다 음식으로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선택을 현명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로부터의 교육이 필요하다. 의사의 ‘사(師)’자가 ‘스승 사’자인 것은 바로 이런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닐까? 의사들이 이 문제에 책임감 있게 임하도록 하는 정부의 정책 역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겨레신문 : 건강 36.5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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